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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여행 시장에서 ‘혼행'(혼자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50대 이상 중장년층 사이에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때로는 외롭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자기 돌봄(Self-care)과 삶의 질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등 주요 여행 플랫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50대 이상 고객의 1인 여행 예약 비율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고령화 사회에서 중장년층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장년층이 혼자 여행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의 여유”다. 자녀가 독립하고,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일에서 한 걸음 물러난 시점에서 비로소 자신을 위한 시간이 생긴다. 이 시기에 많은 이들이 인생 2막을 고민하며, 나를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여행을 택한다.
또 하나는 심리적 독립이다. 중장년층은 가족 중심의 삶을 오랫동안 살아온 세대다.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누군가의 뒷받침 역할을 해왔던 이들이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혼행은 단지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요즘은 혼자 여행한다고 해서 불편하거나 외로운 시대가 아니다. 다양한 여행 정보, 모바일 예약 시스템, 위치 공유 서비스, 1인 숙소 등 여행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혼행의 허들이 크게 낮아졌다. 여행자 스스로 일정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함도 큰 매력이다.
혼행족이 많이 찾는 여행지의 공통점은 ‘조용하고 걷기 좋으며,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표적인 여행지로는 경주, 전주, 부산, 제주 등이 있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중장년층이 늘면서, 이들을 위한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게스트하우스는 50대 이상 전용 객실을 운영하거나 조용한 숙박 환경을 제공하고 있고, 여행사에서는 중장년을 위한 1인 전용 소규모 여행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위치 공유와 긴급 알림 기능이 포함된 안전 앱들이 확산되면서 혼자 떠나는 여행의 불안감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걷기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둘레길 가이드, QR코드 기반의 셀프 가이드 시스템 등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중장년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층을 위한 건강 여행, 역사 탐방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1인 여행자에게 맞춤형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의 혼행을 단순한 트렌드로 보지 않는다. 이는 자기 성찰, 정서 회복, 정체성 회복 등 심리적 가치와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로 혼자 여행을 다녀온 이들 중 많은 수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예전보다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후기를 남기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혼자 하는 여행이 중장년층에게 감정적 안정과 자율성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본다.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는 경험은, 특히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중장년 혼행족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팬데믹 이후 외부 활동이 다시 활기를 되찾으면서, 혼자 여행하려는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여행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자기 회복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가족을 위한 여행에서 벗어나, 나만을 위한 여행.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 그것이 바로 혼행이 가지는 진짜 의미일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라는 이유로 주저할 필요가 없다. 중장년의 혼행, 지금이 그 첫 걸음을 내딛기 가장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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