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테더·일본까지 움직였다… 1월 28일 크립토 시장, 가격보다 ‘제도·기관 자금’이 더 중요한 이유

2026년 1월 28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한 번 고점권에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기준 8만 9천달러 안팎, 원화로 약 1억 2천7백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이더리움은 3천달러, 약 430만원 부근을 회복한 상태다. 가격만 보면 여전히 ‘불장’의 연장선이지만, 시장 안쪽을 들여다보면 고점 부근 특유의 신중함과 구조 변화의 조짐이 동시에 관찰된다.

국내외 주요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며칠 사이 비트코인은 새 신고가를 뚫지는 못한 채 고점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개별 코인의 재료가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기준금리 결정과 달러 흐름이다. 달러 가치가 다른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자, 위험자산 전반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리스크 온’ 환경이 다시 조성되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이 먼저 버티고, 이더리움과 알트코인에 돈이 퍼지는 전형적인 2단계가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용어풀이 – 리스크 온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현금, 국채 등)보다 수익 가능성이 높은 주식, 코인 같은 위험자산을 더 선호하는 국면을 말한다. 달러 약세,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때 주로 나타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오래 버틴 큰손’들의 움직이다. 온체인 분석업체 자료를 종합하면, 수개월에서 수년 단위로 비트코인을 보유해 온 장기 투자자(LTH)의 매도 속도가 2025년 하반기 이후 가장 빠른 수준으로 다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보유자들이 한꺼번에 시장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물량을 수익 실현 구간으로 옮기고 있다는 신호다.

서울의 한 디지털 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장기 보유자 매도 증가는 ‘여기서 더 올라갈 수 있지만, 리스크 대비 추가 수익이 매력적인 구간은 아니다’라는 집단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지난 사이클들에서도 꼭대기 직전과 직후에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장기 보유자들이 100% 떠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일부 익절 후 다음 반감기까지 다시 가져가는 전략이 주류”라며 “지금은 비중 조절 구간이지 패닉 셀 구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옵션 시장도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분위기다. 이달 30일(현지시간)에는 비트코인 옵션 약 89억달러, 원화로 약 12조7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만기가 예정돼 있다. 이더리움 옵션도 10억달러가 넘는 계약이 같은 날 만기를 앞두고 있다. 옵션 포지션을 분석해 보면 상방(콜) 베팅이 여전히 우위인 가운데, 하락에 대비한 풋 옵션 매수도 크게 늘어난 상태다.

한 해외 파생상품 트레이더는 “시장은 여전히 ‘위’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고점 근처에서 작은 악재에도 변동성이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콜 포지션을 유지하면서도 풋으로 급락 보험을 사는 이중 전략이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용어풀이 – 옵션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콜 옵션은 ‘오를 것’에 거는 베팅, 풋 옵션은 ‘내릴 것’ 혹은 ‘급락 대비 보험’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다.

이더리움은 이날 3천달러(약 430만원)를 다시 넘기며 단기 기술적 저항선을 회복했지만, 중장기 성적표는 비트코인에 비해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5개월을 기준으로 보면 이더리움의 수익률은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 대비 부진했다. 레이어2 프로젝트와의 경쟁, 수수료 구조 변화, 스테이킹 보상률 하락 등이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와 금리 환경이 다시 흔들릴 경우 이더리움 가격이 2천달러, 원화로 약 280만원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더리움의 펀더멘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아직 소수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대체불가능토큰(NFT), 온체인 인프라의 핵심 네트워크 역할은 여전히 굳건하고,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논의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내 한 크립토 펀드 매니저는 “단기 레버리지로 이더리움을 쥐고 버티는 것은 스트레스가 클 수 있지만, 현물 기준 포트폴리오 2위 자산으로 꾸준히 들고 가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오히려 비트코인에 과도한 관심이 쏠려 있을 때 이더리움 비중을 천천히 늘리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전통 금융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최근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FIDD’를 선보이며, 블록체인을 겨냥한 ‘은행 역할’에 본격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논의되는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충족하도록 설계된 이 코인은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발행되며, 1토큰당 1달러, 약 1,430원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용어풀이 –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원화, 금 같은 자산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만든 암호화폐다. 가격이 1달러 근처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디파이에서 예금통장, 거래소에서 ‘현금 대용’ 역할을 한다.

USDT(테더)로 잘 알려진 테더사는 금 연동 토큰 XAUT를 위한 실물 금 보유 규모를 크게 늘리며 전통 금 시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플레이어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시에 미국 규제 환경에 맞춘 새로운 달러 스테이블코인(USAT)도 내놓으며, 달러·금·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모두 아우르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한 은행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달러만이 아니라 금까지 온체인에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이 열리면, 개인 투자자는 포트폴리오를 ‘계좌 안’이 아니라 ‘체인 위’에서 재구성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특정 발행사에 자산이 과도하게 몰리는 구조는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자산 종류를 분산하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환경도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미국 상원은 이날 이른바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 표결에 나선다. 핵심은 어떤 디지털 자산을 증권으로, 어떤 자산을 상품으로 볼지, 그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가운데 누가 어떤 부분을 감독할지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그동안 개별 프로젝트가 토큰을 발행할 때마다 “이건 증권인가, 아닌가”를 둘러싼 소송과 논쟁이 이어졌다면, 앞으로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법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용어풀이 – 증권은 주식처럼 기업의 소유권, 이익 배당과 직접 연결된 투자 상품을 의미하고, 상품은 금, 원유, 곡물처럼 실물 자산에 연동된 투자 대상을 뜻한다. 어떤 토큰이 증권으로 분류되면 공시, 등록, 투자자 보호 의무가 크게 강화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공격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다. 일본 금융청(FSA)은 2028년까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현물 암호화폐 ETF를 허용하고, 개인 투자자의 암호화폐 양도소득세 최고 세율을 현행 55%에서 20% 단일 세율로 낮추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암호화폐를 ‘특정 자산’으로 분류해 기존 투자신탁 구조 안에 편입시키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일본 증권계좌로 코인 ETF를 매매하는 환경이 몇 년 안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미 지역에서는 공공부문의 비트코인 실험도 이어진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는 최근 주 재정·준비금의 최대 10%를 비트코인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담은 법안을 다시 상정했다. 엘살바도르처럼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사들인 사례가 이미 존재하는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 주 정부가 먼저 움직이는 그림은 “비트코인 준비자산화” 논의가 더 넓은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거래소와 기관의 행보도 주목된다. 중견 글로벌 거래소들은 고객 자산을 100%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준비금 증명(PoR)’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내며 신뢰 확보에 나서고 있다. FTX 파산 이후 PoR 공개는 사실상 거래소의 기본 자격 시험이 된 분위기다.

용어풀이 – 준비금 증명(PoR, Proof of Reserves)은 거래소가 고객 예치 자산만큼의 코인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를 외부 증명이나 온체인 데이터로 입증하는 절차다. 은행의 지급준비율 공개와 비슷한 개념이다.

자산운용사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고점 대비 비트코인이 30% 가까이 조정을 받았던 구간에도 기관 자금 유입은 멈추지 않았다. 스위스 UBS를 포함한 일부 글로벌 은행들은 프라이빗뱅킹 고객에게 비트코인·이더리움 투자 접근을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변동성에 겁을 내고 있을 때, 오히려 장기 자금을 가진 기관은 “이제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공식 편입할 때”라고 판단하고 들어오는 셈이다.

요약하자면, 1월 28일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겉으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고점 박스권에서 숨을 고르고, 알트코인이 그 사이를 비집고 뛰어오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장기 보유자의 부분 익절, 대규모 옵션 만기, 스테이블코인 구조 변화,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한 규제·세제 개편, 거래소 투명성 경쟁, 기관 자금 유입까지 여러 층위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제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늘 비트코인이 몇 달러인가”가 아니라, 그 숫자를 움직이는 세력과 제도, 그리고 달러와 원화 사이를 오가는 자본의 방향이다. 사이클이 어느 회말인지 정확히 맞출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제 이 경기가 1회 초는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