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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벌써 11월이 왔습니다. 한 해의 열한 번째 달, 그러나 이름은 ‘아홉’인 특별한 달입니다.
November는 라틴어 ‘novem(아홉)’에서 왔습니다.
지금은 열한 번째 달인데 왜 이름이 ‘아홉’일까요? 고대 로마인들의 달력은 10개월이었습니다. 1월(January)과 2월(February)이 없었죠. 그래서 11월은 실제로 아홉 번째 달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달력이 바뀌고 두 달이 추가되었지만, 이름만큼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작점이 바뀌어도, 본질은 남는다”
11월은 여전히 ‘아홉’이라는 이름을 간직한 채,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중간 지점에 서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요.

11월 보름달을 ‘비버문’이라 부릅니다. 비버들이 긴 겨울을 앞두고 둥지를 짓고, 먹이를 모으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북미 원주민들은 이 달을 각자의 언어로 불렀습니다:
모두 ‘준비’를 의미합니다. 자연은 11월을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11월 중순, 밤하늘에는 레오니드 유성우가 펼쳐집니다. 사자자리(Leo) 방향에서 쏟아지는 별똥별들입니다.
이 유성들은 혜성 ‘템플-터틀(Tempel-Tuttle)’이 남긴 먼지 조각들입니다.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흔적들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며 타오르는 것이죠. 33년에 한 번씩은 시간당 수천 개의 유성이 쏟아지는 ‘유성 폭풍’이 일어납니다. 2002년 11월, 전 세계 사람들은 하늘이 별의 비로 뒤덮이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떨어지는 것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한 해를 떠나보내는 것도, 어쩌면 이런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11월 23일, 성 클레멘트의 날(St. Clem’s Day)
16세기부터 이어진 대장장이들의 축제입니다. 사람들은 모루에 화약을 넣고 폭발시키는 ‘Anvil Firing’ 의식을 거행합니다. 불꽃이 하늘로 치솟으면 “Old Clem!”을 외치고, 사과주를 나누며 밤새 노래합니다.
11월 25일, 성 캐서린의 날(Cattern Day)
지식과 직물의 수호성인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레이스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흰옷을 입고 ‘레이스 여왕’을 뽑습니다. 향신료를 넣은 ‘Cattern Cake’를 나누고, 밤에는 켜진 초를 뛰어넘는 ‘캔들 점프(leap candle)’를 하며 행운을 빕니다.
불을 피우고, 빛을 뛰어넘는다는 것.
차가워지는 계절 속에서 온기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의지입니다.
음력 12월 보름, 대체로 11월 중순에 열리는 축제입니다.
사람들은 연꽃 모양의 작은 배 위에 초를 켜고, 그 안에 지난 한 해의 후회와 소원을 적은 종이를 올려 강물에 띄웁니다. 수천 개의 등불이 물결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태국 사람들은 이를 통해 물의 여신에게 감사를 전하고, 지난 시간을 씻어내며,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한국의 달맞이나 부럼깨기처럼, 자연과 인간이 서로의 마음을 정화하는 의식입니다.
11월 첫 주, 푸노의 주간(Fiesta de Puno)
잉카 제국의 창시자 만코 카팍과 그의 누이이자 아내 마마 오클로가 태양신 인티의 명령을 받고 티티카카 호수에 도착한 신화를 재현합니다. 갈대배를 타고 호수 위로 등장하는 배우들을 맞이하며 온 마을이 춤추고 노래합니다.
이 축제는 잉카의 신화와 현대 페루인의 정체성을 잇는 문화적 다리이자, 11월의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의식입니다.
1957년 11월 3일, 소련은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했습니다.
그 안에는 라이카(Laika)라는 이름의 개가 타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 거리를 떠돌던 이 개는 세계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도는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라이카는 귀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존재는 인류가 우주로 향한 첫 걸음이었습니다.
냉전의 긴장 속에서도 과학은 희생과 호기심을 발판 삼아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11월은 이렇게, 끝이 아닌 시작의 달이기도 합니다.
19세기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은 이렇게 썼습니다:
“11월은 가장 불쾌한 달이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말했습니다:
“11월의 낮은 짧고, 해질녘은 더욱 단호하다.”
하지만 저는 그 말들이 오히려 11월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11월은 우리를 멈추게 합니다.
화려함 대신 고요함을, 빠름 대신 깊이를 선택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속에는 깊은 감사와 성찰이 있습니다.
11월이 ‘아홉’이라는 이름을 간직한 채 열한 번째 자리에 있다면,
12월(December, 라틴어 ‘decem’ – 열)은 ‘열’이라는 이름으로 열두 번째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이제 두 달입니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11월에 불을 피우고, 등불을 띄우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
그것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비워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함입니다.
비버들이 둥지를 짓듯,
유성이 떨어지며 빛을 남기듯,
태국 사람들이 등불을 띄우듯,
우리도 지금, 무언가를 준비할 때입니다.
11월과 12월, 우리에게 남은 이 두 달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것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문제가 아닙니다.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어떤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 감사할 것들을 기억하고
💭 놓아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는 것
11월은 그런 달입니다.
조용하지만 내면이 깊은 달
차갑지만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달
끝이면서 동시에 시작인 달
아홉 번째 달이라는 이름을 간직한 열한 번째 달, 11월.
이 역설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진실을 발견합니다.
시작점이 바뀌어도 본질은 남고,
끝을 향해 가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는 것.
2025년 11월, 그리고 12월.
우리 모두 이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를 바랍니다.
불을 피우고, 등불을 켜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한 해를 감사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따뜻하게 맞이하시기를.
여러분에게 11월은 어떤 달인가요?
그리고 올해 연말,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요?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
참고: History.com, “The Surprising History of November,” October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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