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CTO “비트코인은 기술적 막다른 길”…탈중앙화 공방, 다시 격화
2026년 2월 12일, 리플 XRP의 공동 개발자이자 신임 최고기술책임자 명예직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슈워츠가 비트코인을 두고 “기술적 막다른 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업계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쏠렸습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설계 철학과 기술적 진화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슈워츠는 커뮤니티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계층에서 더 이상 구조적 혁신을 이어가기 어려운 형태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의 성공 요인이 기술적 확장성보다는 네트워크 신뢰 확보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즉, 비트코인이 기술 혁신형 네트워크라기보다 장기 보유 및 가치 이전의 안정성을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고 본 것입니다.
이 발언은 비트코인과 XRP 진영 간 이어져 온 탈중앙화 논쟁과 맞물려 있습니다. 특히 XRP 원장의 초기 기술적 결함을 둘러싼 과거 공방이 다시 언급되면서 논쟁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일부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XRP 원장이 초기 소프트웨어 오류로 특정 구간의 원장 데이터를 상실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슈워츠는 해당 문제를 네트워크 초창기 기술적 결함으로 설명하며, 중앙 권력이 개입한 사례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탈중앙화’의 정의입니다.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네트워크의 운영·검증 권한이 특정 주체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돼 있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검증자 분포, 거버넌스 구조, 합의 방식 등이 주요 판단 요소입니다.
비트코인은 작업증명 기반의 합의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컴퓨팅 자원을 사용해 블록을 생성하고 거래를 검증하는 방식. 보안성이 높지만 에너지 소비가 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XRP 원장은 채굴 없이 합의 프로토콜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합의 프로토콜(Consensus Protocol)
사전에 정의된 검증자 집합이 거래의 유효성을 합의해 원장을 갱신하는 방식. 빠른 거래 확정과 낮은 수수료가 특징입니다.
이처럼 두 네트워크는 구조적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비트코인은 안정성과 검증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수적 업그레이드 전략을 유지해왔습니다. 급진적 기능 확장보다는 네트워크 불변성과 신뢰 확보에 무게를 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혁신 속도가 느리다”고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보수성이 장기 신뢰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슈워츠의 발언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합니다. 그는 비트코인의 설계가 의도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적 확장성 측면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이를 곧바로 “퇴보”나 “중앙화”와 연결짓는 것은 논리적 비약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쟁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설전이 아니라, 블록체인의 미래 방향성을 둘러싼 철학적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확장성과 기능 혁신을 강조하는 네트워크와, 보안성과 검증 일관성을 중시하는 네트워크 중 어느 모델이 장기적으로 더 설득력을 가질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또한 탈중앙화 평가는 단일 사건이나 일부 데이터로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검증자 분포, 지배적 참여자의 영향력, 코드 변경 과정의 투명성, 네트워크 참여 구조 등 다층적 요소가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일부 수치나 과거 사례를 근거로 전체 구조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네트워크의 실제 채택 흐름입니다. 기관 투자자 유입, 글로벌 결제 시스템과의 연계, 규제 환경의 변화가 가치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기술 논쟁은 시장 서사의 일부일 뿐이며, 궁극적으로는 사용성과 신뢰가 장기 생존을 좌우합니다.
이번 발언은 암호화폐 시장의 본질을 다시 상기시킵니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코드 경쟁이 아니라, 신뢰 구조를 설계하는 시스템 경쟁입니다. 비트코인과 XRP는 서로 다른 철학을 가진 네트워크입니다.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보다, 각자의 설계 목적과 강점을 이해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감정적 공방보다 데이터와 구조가 말해주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번 논쟁 역시 단기 이슈를 넘어, 네트워크 설계 철학과 탈중앙화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